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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발표를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안녕하세요.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정재승입니다. 먼저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청중 반응 확인) 사실 아쉽게도 인류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가는 지름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직 창의성에 관한 연구도 걸음마 단계이고요. 다만 우리는 창의성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저는 뇌 과학과 관련한 창의적인 존재의 특징, 창의적 존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일단 제가 그렇다, 아니다로 대답하실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나) 우선 창의성과 지능은 상관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청중 반응 확인)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청중 웃음 확인) 무슨 얘기냐면 지능 지수[IQ] 110 이하의 피험자군에서는 지능 지수가 높을수록 창의성도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110~120이 넘어가면 더 창의적이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창의적이려면 어느 정도 지적 능력은 있어야 하지만, 일정 수준이 넘으면 지능이 높다고 창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질문입니다. 바둑을 둘 때 7급인 사람이 머리를 많이 쓸까요? 7단인 사람이 머리를 많이 쓸까요? (청중 반응 확인) 잘 모르시겠다는 표정이네요. (청중 웃음 확인) 그럼 질문을 바꾸어 보겠습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일주일 된 사람이 운전할 때 머리를 많이 쓸까요, 운전 경력이 7년 된 사람이 머리를 많이 쓸까요? (청중 반응 확인) 이제 아시겠죠? 일주일 된 사람이 머리를 훨씬 더 많이 씁니다. 바둑이 7급인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바둑판에 바둑돌을 올릴 때마다 머릿속에서 난리가 납니다. 아주 중요한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할 만한 수를 찾는 순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지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거죠. 바둑 7단인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순간에는 별로 머리를 쓰지 않고도 바둑을 둘 수 있을 만큼 숙련돼 있습니다. 그래야 진짜 중요한 상황일 때 자신의 지적 에너지를 확 모아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암기를 안 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많은 지식을 머리에 저장하고 중요한 기술은 체화하면서 기본적인 것은 훈련으로 익히고 중요한 순간에 지적인 에너지를 발휘합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론 한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어 보셨나요? (청중 반응 확인)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이 많으신 것을 보니 들어 보신 분이 거의 없으신 것 같은데요.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바로 화면에 보이는 스웨덴 출신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의 이론입니다. 이분 의견에 따르면 청춘의 시기에 무언가 1만 시간 정도를 집중해서 훈련하면 뛰어난 성취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악기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추적하던 에릭슨 교수는 그들이 어렸을 때 재능에는 큰 차이가 없었으나 10대 시절 연습량이 1만 시간, 8,000시간, 4,000시간으로 서로 달랐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세상에 내놓았죠. 그만큼 창의적인 성취를 하려면 훈련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어떻게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것일까요? 신경 과학자들은 창의적인 발상의 실마리를 신경 과학적인 접근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데요. ㉣연구자들은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들이 기발한 발상을 했을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험을 하였습니다. 바로 창의적인 실험 참가자들을 에프엠알아이(fMRI) 안에 눕혀 놓고 그들의 뇌를 찍었습니다. (청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음.) 에프엠알아이가 생소하시죠? 에프엠알아이는 몸의 혈류와 관련한 변화를 감지하여 뇌 활동을 측정하는 장비입니다. (청중 고개 끄덕거림.)

그런데 실험은 대부분 실패했지만 흥미로운 결과를 얻기도 했죠. 예를 들어 바둑 7단 기사에게 에프엠알아이 안에서 바둑을 두게 하고 40분 동안 뇌를 찍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복기를 하면서 불리한 전세를 뒤엎는 창의적인 수를 두기 전에 그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청중 반응 확인)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진 순간, 평소 신경 신호를 주고받지 않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현상이 벌어지더라는 것입니다. 전두엽과 후두엽이, 측두엽과 두정엽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정보를 처리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온다는 거죠. 창의성은 가장 고등한 영역의 뇌 일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해야 만들어지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평소 연결되지 않는, 멀리 떨어져 있는 영역끼리 신호를 주고받고 연결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청중 반응 확인) 이것은 연구자들의 해석입니다만 어떤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거나 상관없는 개념을 서로 연결하고, 추상적인 두 개념을 잇는 일이 뇌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남과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에서부터 창의적인 발상은 시작됩니다. ㉤(목소리를 더욱 크게 높이며) 결과물이 아닌 사고방식을 흉내 내고 꾸준히 변형하는 것, 그것이 창의적인 발상의 출발입니다.